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풀등 바다의 등

오월 장미 혹은 광주

by 너머의 새 2015. 9. 7.

오월 장미 혹은 광주/강영은




묘성에 떠오르는 별빛은 푸른 에스테르, 우리들의 추위를 불살랐지만

밤의 변방을 날아가는 흰 나비의 섬모, 가시 돋친 장미의 유한 눈동자는 황소의 뿔을 바라보네

도시의 외곽, 공동묘지, 네 이름이 적힌 작은 푯말

숨어 있는 슬픔의 거주는 외따롭고 돌로 둘러쳐진 가장자리는 붉고 푸른 피의 경계로 넌출거리네

너는 또 한 묶음 피를 토하는 구나

장미여, 오월 장미여,

탄흔자국 무성한 도시의 입술에 태양의 빛깔을 입혀주렴 흐드러진 향기에 죽음을 문지르고 말과 말이 통하지 않는 우리들의 계절을 붉게 물들여주렴

꽃과 가시가 대립하는 오월이네

줄줄이 끌려나오는 장미 넝쿨 따라 형형색색의 향기가 돋아나네 형형색색의 입술이 어두워지네 이야기가 길어지는 입술은 붉은장미에서 피네

송곳니가 뾰족이 솟은 너무 환한 밤이라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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