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귀포/강영은
서귀포에서는 누구나 섬이 된다
섭섬, 문섬, 범섬, 새섬 같은 섬이 배후여서
세연교 난간에 한 컷의 생을 걸어놓은 사람은
섬으로 건너가는 일몰이 된다
서귀포에서는 누구라도 길을 묻는다
바다를 향해 흘러내리는
언덕에 서서 여기가 어디냐고
서있는 곳을 되돌아본다
당신이 서 있는 거기서부터 서귀포는
언제나 서쪽이다.
녹두죽 같이 끓는 바닷가 찻집에 앉아
노을처럼 긴 편지를 쓰면
기억만큼 고통스럽고 아름다운 것은 없다
언제쯤 당신에게 닿을 수 있을까
불붙는 해안선을 지나면
게와 아이들이 남아잇는 자구리 해안
긴 문장이 따라오는
지상에서 가장 참혹하고 아름다운 편지를 쓰고 있다면
당신은 서귀포에 있는 것이다
떠도는 섬을 당신의 마음속에
붙잡아 앉힌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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