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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고의 항아리

서귀포

by 너머의 새 2015. 10. 22.

서귀포/강영은

 

 

서귀포에서는 누구나 섬이 된다

섭섬, 문섬, 범섬, 새섬 같은 섬이 배후여서

세연교 난간에 한 컷의 생을 걸어놓은 사람은

섬으로 건너가는 일몰이 된다

서귀포에서는 누구라도 길을 묻는다

바다를 향해 흘러내리는

언덕에 서서 여기가 어디냐고

서있는 곳을 되돌아본다

당신이 서 있는 거기서부터 서귀포는

언제나 서쪽이다.

녹두죽 같이 끓는 바닷가 찻집에 앉아

노을처럼 긴 편지를 쓰면

기억만큼 고통스럽고 아름다운 것은 없다 

언제쯤 당신에게 닿을 수 있을까

불붙는 해안선을 지나면

게와 아이들이 남아잇는 자구리 해안​

긴 문장이 따라오는

지상에서 가장 참혹하고 아름다운 편지를 쓰고 있다면

당신은 서귀포에 있는 것이다

떠도는 섬을 당신의 마음속에

붙잡아 앉힌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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