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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고의 항아리

눈잣나무에 부치는 詩

by 너머의 새 2016. 3. 7.

 눈잣나무에 부치는 詩/강영은



보프라기 도려내는 눈썹 칼처럼

나를 흔들리게 하는
찢어지게 하는 

이 바람은 어디서 불어오는가, 어디에서 불어와서 어디로 불어가는 가, 
 
멀고 먼 꽃밭에서 과수원에서 봄여름 가을 겨울 다정하고 쌀쌀맞은 골짜기에서 푸른 하늘 푸른 바다 넓은 가슴에서 만과 곶을 지닌 해협의 무릎에서
 
아니, 아니, 어느 별, 또 다른 지구에서
 
개울가의 잔물결과 그 위에 퍼지는 햇살처럼 일오천(逸烏川) 조약돌에 비친 당신의 마음 좇으려 할 뿐
 
아, 나는 몰라라
 
살 눈도 보이지 않고 잣눈조차 쌓이지 않는 암벽 위 얼어붙은 잠을 깨우는
한 그루 나무 밖에
 
神이 꽂아놓은 푸르디푸른 가시 밖에 

 
 *『삼국유사』권2 기이편(紀異篇) 제2 충담사 <찬기파랑가>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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