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 아두阿頭/강영은
암자 마당에 까까머리 아이가 앉아 있었다 손에 쥔 트랜지스터에선 외워야 할 염불 소리가 흘러나왔지만 아이는 돌멩이만 만지작거렸다
안녕, 아이가 조막 같은 손을 흔들었다 이마가 흰 여자아이는 인사를 받기도 전에 엄마 아빠 손을 잡고 수국 꽃 너머로 사라져 버렸다
기둥에 매달린 목탁이 깨어지는 소리가 났다 소리를 듣는 못이 붉게 녹슬어 기둥이 피를 흘리고 있는 듯 보였다
제 몸의 결과 옹이까지 고스란히 보여주는 모과나무 기둥, 등신불 같은 요사채 기둥이 목탁소리를 내는 날이면 천불전 뜰 앞, 모과나무생불은 그늘이 깊었다
언제쯤이면 나도 염불을 외울 수 있을까, 대숲을 지나는 바람소리가 가냘픈 어깨를 내리치면 수국이 지고 뻐꾸기가 울고 갔다.
『삼국유사』권3 흥법3 ‘아도기라(阿道基羅)’조 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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