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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고의 항아리

당신의 멘토

by 너머의 새 2016. 3. 7.

당신의 멘토/강영은
 
 
향기만 날려 보낸 꽃에 대해
가장 짧은 다리를 지닌 것이 벼랑이라면  
 
당신께 나를 드릴게요, 지극한 어조로 말하면서
뒷걸음질 친 나는  벼랑에 핀 꽃 
 
올라갈 수도 내려갈 수도 없는 마음이 꽃 같아서 
절벽 앞으로 나들이 간 꽃 
 
반공중에 걸린 무덤 앞에서
메아리만 돌아오는 절벽 앞에서 

붉은 마음을 꺾어 바친 당신의 멘토는 누구입니까
검은 암소를 끌고 가는 노옹입니까 
 
누가 나에게 묻는다면 손이라 대답하겠습니다
아니, 아니, 봄이라 하겠습니다 
 
향기만 날려 보낸 꽃에 대해
가장 짧은 묵념을 지닌 것이 벼랑이라면
 
     
*『삼국유사』 권2 ‘수로부인’ 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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