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화手話/강영은
인사동 골목길에서 털모자를 샀다
귀밑까지 눌러썼더니 달팽이관이 덜거덕거렸다
모자 속 달팽이가 귀속을 파고든 것 같았다
모자를 벗고 달팽이를 찾아보았다
흙바닥과 흑흑거리는 귓바퀴 사이, 흙과 흑 사이
묵음으로 놓여 있는 ㄹ이었다
ㄹ은 소리나지 않는 받침
ㄹ은 구부러진 골목길
ㄹ은 모자를 팔고 있는 농자 부부의 손가락 말이었다
ㄹ을 모자 속에 파묻고 골목 끝까지 걸어갔다
세상의 소란한 귀 속으로 함박눈이 말을 걸고 있었다
흰 눈의 고요한 모자가 손등 위에 얹혀졌다
차가운 손가락이 또 다른 손가락에게 말을 건넸다
ㄸㄸㅏㅏ ㄸㄸ __ __ ㅅㅅ ㅎㅎㅏㅏ ㄴㄴ ㅣㅣ?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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