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풀등 바다의 등

he Yellow House

by 너머의 새 2015. 10. 22.
The Yellow House/강영은
 
 

테오야, 

네가 부친 돈으로 나는 꿈에 그리던 집을 장만했다

창문을 열면 아를의 들판이 부시게 피어난다

세상이 노랗게 빛나는 것을 보면 

나의 동공은 태양의 흑점을 지닌 해바라기가 아닐까? 

까맣게 여문 씨앗들을  화폭에 뿌리면 오후의 현관문이

하염없이 목을 늘리곤 하는데

나선형 계단을 내려서는 목덜미는 왜 이렇게 황금빛인지

그러다가 문득 

정원의 귀퉁이에 고개를 묻은 그림자가 되는 것인데

그림자가 길어지면 새 소리와 바람소리

어제 저녁의 구름 한 조각까지 스며들어

두 개의 귀를 지닐 수 없을 것 같은 얼굴이

모가지에 열린다

온갖 말들이 흘러드는 오브제

그래, 나는 귀 한 쪽을 잘라 고갱에게 선물로 줘야겠어 

불멸의 화폭을 수놓는 태양의 진로처럼

지상의 모든 것은 오른쪽에서 왼쪽으로 늙어가지 않겠니?

파프라가 그의 꽃이었다는 걸 부정하지는 말자

더 늦기 전에 흑점을 겨냥하듯

나는 담자색 저 슬픔들을 폭파시킬 것이다

노랗게 불타는 태양이 나의 집이었다는 것을 기억해두렴

그의 눈동자가 겨냥한 해바라기가 나였다는 것도............  

마차 소리가 귓바퀴에 감기기도 전에 벌써부터 눈알이 

압생트 병에 담기는구나

밀짚모자와 파이프는 너에게 부친다

어디에서 와서 어디로 가는지 남아있는 기억을 증명하는데

유품처럼
눈부신 것이 또 있겠니?

 

*The Yellow House/고흐가 고갱과 함께 살았던 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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