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풀등 바다의 등

모볍연화경

by 너머의 새 2015. 10. 22.

모볍연화경/강영은

 

 

바람벽에 붙어서 야채 파는 할머니

찬밥 한 덩이 끓이신다

푹 퍼진 밥 한 숟가락 떠먹을 때마다

오물오물 햇살이 따라 들어간다

햇살 한 덩이 삼키기 위해

허물어진 등짝까지 걸어 온 할머니

마른 어깨에

노을은 몇 가마쯤 쏟아졌을까?

달그락대는 동전들이 손자놈 목소리 같아야

한물간 야채를 떨이하는

참새들 입방아도 덩달아 배부른 저녁

무사히 저문 슬픔에 합장하는

할머니 두 손이 연꽃송이다

어둠을 받쳐 든 연화대다

하늘은 만다라, 커다란 만다라꽃

불타는 꽃살폭輻이 서녘하늘을 돌아나간다

경전의 행간 같은 골목길을 벗어나면

공짜로 탈 수 있는 버스는 무한 대기중

신분증이 없어도 노인 우대증이 없어도

삼천대계, 귀로가 걱정 없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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