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볍연화경/강영은
바람벽에 붙어서 야채 파는 할머니
찬밥 한 덩이 끓이신다
푹 퍼진 밥 한 숟가락 떠먹을 때마다
오물오물 햇살이 따라 들어간다
햇살 한 덩이 삼키기 위해
허물어진 등짝까지 걸어 온 할머니
마른 어깨에
노을은 몇 가마쯤 쏟아졌을까?
달그락대는 동전들이 손자놈 목소리 같아야
한물간 야채를 떨이하는
참새들 입방아도 덩달아 배부른 저녁
무사히 저문 슬픔에 합장하는
할머니 두 손이 연꽃송이다
어둠을 받쳐 든 연화대다
하늘은 만다라, 커다란 만다라꽃
불타는 꽃살폭輻이 서녘하늘을 돌아나간다
경전의 행간 같은 골목길을 벗어나면
공짜로 탈 수 있는 버스는 무한 대기중
신분증이 없어도 노인 우대증이 없어도
삼천대계, 귀로가 걱정 없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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