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남역/강영은
모음 불화다
빠른 속도로 진입하는 ㅁㅁㅁㅁㅁㅁㅁㅁㅁㅁㅁ다
성대의 진동을 받은 목소리가 목, 입, 코를 거쳐 나오지만 통로가 좁아지거나 막히는 일은 없다
나는 나끼리, 너는 너끼리
마음과 몸, 나란히 혹은 겹쳐진 ㅁ이 ㅁ을 통과한다
무수한 ㅁ이 바닥으로 내려선다
햇빛의 반사각도를 헤아리는 유리창처럼
지상과 지하를 들락거리는
자음 불변
강남이 어딘지 모르므로 강남역으로 간다
기역字로 꺾을까 아니면 니은 字로?
ㄱ을 꺾어 조금 걸아나가면 테헤란로가 있지만 이란은 멀다
ㄴ을 살짝 돌아나가면 강남대로가 있지만 강남은 넓다
낮밤없이 길이 밀리는 ㅁ의 역사 속에서 ㅁ이 되기엔 먼 사물들이 비유없이 뒹군다
ㅁ위에 쌓아올린 몇개의 무덤이 빠져나간다
전생을 다해 바구니를 빠져나가는 하루살이들로 분주한 저녁
문득, 내가 담긴 바구니가 엎질러진다
나의 驛捨는 신의 장남감 바구니다
『예술가』 2015년 봄호
상냥한 시론詩論