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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냥한 시론詩論

빨간 피터의 고백

by 너머의 새 2016. 3. 7.

빨간 피터의 고백/강영은
       -진정한 리얼리티는 비사실적이다-카프카



나는
나에게 모자를 씌워 줬다.
원숭이탈을 쓴 원숭이처럼
잡종처럼
나는
붉은 얼굴을 가진
화장터가 되었다.
킁킁대는 코는 굴뚝이 되었다
정체모를 슬픔에선
탄내가 난다.
시체 태우는 냄새가 난다.
불을 가진 최초의 인간처럼
불을 쓰는 대용품,
나는 방금
담배 피우는 원숭이를 남겼다.
담뱃불은 무엇으로 진화할까,
모국어로 말할 수 없는
​한 개비가 남았다.
불 꺼진 출구가 남았다.

당신의 출구는 어디 있습니까?*


*연극 빨간 피터의 고백 중에서


『시에』 2014년 겨울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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