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래된 달력/강영은
헤시오도스의 '노동과 나날'을 읽다 밑줄을 친다.
밑줄 친 행간에 구석기의 나를 번식시켜 볼까? 첫째 날은 쌍도끼를 든 남자와 결
혼하는 날, 여덟번째 날은 수퇘지와 황소 접붙이는 날, 열여섯 째 날은 정자나무
심는 날, 늑대에게 젖 물리는 날, 스무 이레 날은 포도주 단지에 빠지는 날, 연자
방아 돌리는 날,
깃털을 뽑아 달력을 기술한 헤시오도스는 없고 유산을 독점하려는 아우 페르세스는
먼 훗날에 살고 있었다. 붉은 머리 오목눈이처럼 뻐꾸기 둥지위로 날아간 여자를 오
독하는 일요일은 없었다.
비의로 씌어진,
판도라신화와 5시대 설화와 이솝 우화를 전부 인용해도 예속되지 않는 여자는 21
세기로 되돌아 왔다.
쌍도끼 든 남자는 돌아오지 않았다.
풀등 바다의 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