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풀등 바다의 등

하늘호수 저 편

by 너머의 새 2016. 3. 7.

하늘호수 저 편/강영은
 
 
오늘처럼 한 남자가 피어나는 건
구름이 제 먼저 와 담장 위에 얹혀 있기 때문이다
사랑한 것도 기다린 것도 아닌데
담쟁이 넝쿨이 자꾸 손을 뻗기 때문이다
 
오늘처럼 한 남자를 적시고 싶은 건
하늘이 제일 먼저 와 호수를 만들기 때문이다
사랑한 것도 기다린 것도 아닌데
그렁한 물빛이 자꾸 깊어지기 때문이다
 
오늘처럼 한 남자 곁에 눕고 싶은 건
햇살이 제 먼저 와 이불을 펴기 때문이다
사랑한 것도 기다린 것도 아닌데
후박나무 너른 등이 자꾸 얇아지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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