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너머의 신작

갈마(羯磨)*의 바다

by 너머의 새 2019. 4. 7.




갈마()*의 바다/강영은

         

작살이 꽂혀도

달아날 줄 모르는 너는

착한 짐승

나의 입술

꽃으로 핀다  

벌어지지 않는 잎 위에서

너의 침묵은

외마디 비명을 얻을 뿐이지만

붉게 핀 흉터에서

나의 바다가 완성 된다 

너는 푸르고 깊은 바다를

장식(裝飾)한다 

동물과 구별되고 싶은

나를 빛나게 한다

서로의 얼굴은 모르지만

얼굴이 지나간 뒤 다가오는 

신음 소리,

네가 있음으로

나는 영롱한 죽음을

돌려받는다

벼랑 위에 선 나의 비애(悲哀)

철썩이던 몸이

잔잔해진다

      


 

*산스크리트어 까르마(karma)의 번역어로서 업으로 풀이되나, 통상은 수계(受戒), 참회 등과 같은 언어와 동작, 법식을 말한다.

 

『문학과 창작』 2018년 겨울호



'너머의 신작 ' 카테고리의 다른 글

언어言語  (0) 2019.04.07
sad movies*  (0) 2019.04.07
상상 연습  (0) 2019.04.07
인화(印畵)  (0) 2019.04.07
남겨진 자  (0) 2019.04.0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