갈마(羯磨)*의 바다/강영은
작살이 꽂혀도
달아날 줄 모르는 너는
착한 짐승
나의 입술에
꽃으로 핀다
벌어지지 않는 꽃잎 위에서
너의 침묵은
외마디 비명을 얻을 뿐이지만
붉게 핀 흉터에서
나의 바다가 완성 된다
너는 푸르고 깊은 바다를
장식(裝飾)한다
동물과 구별되고 싶은
나를 빛나게 한다
서로의 얼굴은 모르지만
얼굴이 지나간 뒤 다가오는
신음 소리,
네가 있음으로
나는 영롱한 죽음을
돌려받는다
벼랑 위에 선 나의 비애(悲哀)
철썩이던 몸이
잔잔해진다
*산스크리트어 까르마(karma)의 번역어로서 업으로 풀이되나, 통상은 수계(受戒), 참회 등과 같은 언어와 동작, 법식을 말한다.
『문학과 창작』 2018년 겨울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