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른 눈/강영은
우리는 목관 악기에 혀를 끼워 울음소리를 보탰다. 목젖이 울리고 피리가락이 흐르는 동안 묵향의 단조로움에 붓을 세운 한지처럼 죽음을 애도했다.
목에 매단 나비를 고쳐 매주던 그 여자 만큼 우리도 사랑했을까,
내리면서 녹는 눈이 죽음의 어깨를 두드렸지만 흐느끼는 여자 앞에서 푸르다는 말은 위안이 되지 못했다.
백합과 흰 장미의 무덤인 혼례식장에서 우리는 웃으며 축복했었다. 축복의 미래를 확인할 새도 없이 눈을 덮는 꽃의 폭설(暴泄), 우듬지를 때리는 꽃의 폭력이 청춘을 끝장 냈다.
청춘이란 5월에 내리는 눈,
초록 잎사귀가 조문객 틈에 끼여 장례식장으로 운구 되는 동안 언제 이 별에 왔다갔는 지 우리의 청춘도 모호해졌다.
짧은 한 때, 이른 눈이 벚나무를 조문하며 우리를 다녀갔다. 지는 꽃자리가 환하다는 통속적인 저녁이 술잔을 기울였지만 우주를 다녀온 죽음이 도착 전이어서
열 개의 손가락으로 늙은 얼굴에 다가갔던 우리는 꽃 지는 저녁마다 목관 악기를 보았다.
그 해 여름 목관 악기가 사라졌다. '5월 19일에 큰 눈이 내렸고 8월 1일에 천지가 깜깜해졌다'.
*『삼국유사』 제2권 기이(紀異) 제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