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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고의 항아리

눈물의 이면/

by 너머의 새 2020. 1. 16.






눈물의 이면/강영은

    


 



 눈물은 어디서 태어나나 당신 눈 속에 괴어있다 꽃으로 피어나나 당신 입속에 잠겨 있다 혀로 돋아나나  


 뺨 위를 흐르는 꽃과 혀가 있어 어떤 날의 나는 오목렌즈 어떤 날의 나는 볼록렌즈  


햇빛과 빗방울도 투명 렌즈를 낀 눈이어서제 맘대로 부풀거나 졸아든 돌덩이가 눈썹 아래 맺힌 그림자를 깨트리네   


내가 기르는 앵무새는 날개 죽지가 찢어지네


우는 것은 방향이 다른 날개인가 그림자와 상관없는 또 하나의 새인가  


오래 전에도 앵무새를 기르던 왕이 있었다 하네* 거울 속으로 수컷 앵무새를 날려 보냈다 하네 울 속에 비친 제 모습을 보고 울었다 하네  


울지 말아요 당신은 새장처럼 울기에 적당한 장소를 가졌잖아요 그리고 또, 내가 아는 어떤 거울보다 나이가 많잖아요   


청동으로 깎아 만든 샘물에 내 얼굴을 비쳐보네 허상은 깨지기 마련이라고, 청동 물결이 흔들리네  


여전히 아날로그 방식인 슬픔, 여전히 더듬거리는 눈자위 나는 어디서 흘러온 강물일 까, 밤새 부푼 눈이 나무가지에서 돋네




  *『삼국유사』권2 기이(紀異) 흥덕왕 ‘앵무조’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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