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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고의 항아리

슈퍼문super moon

by 너머의 새 2022. 2. 24.

 

 

슈퍼문super moon/강영은

 

시체 위에는 고추밭과 수박밭이 있었는데 개는 안 짖었습니까,

손과 발이 이유 없이 고개를 돌릴 때 달이 떠올랐다. 하반신이 날씬한 에볼라가 검은 대륙

을 껴안을 때 달이 떠올랐다.

합삭이 될 때까지 지속되는 혼돈,

 

위성 같은 연인들이 바이러스를 퍼트릴 때 달이 떠올랐다. 사람의 옷을 입은 늑대들이 말

라붙은 대지의 젖가슴을 빨 때 달이 떠올랐다.

별이 반짝이는 저쪽에서 달은 무슨 의미입니까, 의미와 무의미 사이

지구의 무릎 안쪽으로 커다란 자지가 들어왔다​. 초록의, 눈부신 음부를 향해 지구의 흉곽

이 부풀었다.

삭망이 될 때까지 지속되는 폭력,

어제도 내일도 아닌 오늘 밤 달이 떠올랐다. 또 다른 위성을 지닌 것처럼 포기할 수 없는

달빛이 차올랐다.

주기적인 바닷물처럼 다음 생은 약속치 말자,

우리는 개처럼 윙크 했다. 크고 아름다운 눈동자 가득 절망의 발바닥 같은 밀물이 출렁거

렸다.

『애지』 2014년 겨울호 ' 이 시인을 조명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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