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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머의 신작

블로거

by 너머의 새 2022. 3. 18.

 

올레 표시

블로거/ 강영은

 

그는 걷는 자, 생각 속으로 걸어 들어가 자신을 방목한다 밤눈 어두운 말을 타고 본 적 없는 이웃을 만나기도 한다

 

고독은 그의 반려감정, 벌레 먹은 밤이 나무에서 떨어질 때 외따른 곳에 다다른 그의 표정은 외로운 벌레, 상처를 드러내고 상처를 봉합하고,

 

부화된 외로움은 정지된 허공을 열어 도착하지 않는 어제의 풍경을 불러오거나 미리 온 내일을 풀어놓는다

 

새가 들어 있는 그림엽서처럼 지구 바깥으로 안부를 날려 보내기도 한다

 

그의 발자국을 따라가 보면 꽃과 나비와 그들을 키운 숲이 들어 있다 어떤 숲이 좋니, 그는 별빛에 질문 한다

 

그의 목록에 첨가된 별의 선택은 그가 죽은 뒤에야 확인되는 ​것, 몇억 광년 지나야 들을 수 있는 대답이어서 경계 없는 지경의 나무들은 늘 별빛에 목을 매단다

 

전선줄에 매달린 물방울처럼 언젠가 떨어져 내릴지 모르지만, 그는 걷는자, 못 하는 일이 없다. 안 하는 일이, 못 하는 일이다

 

그는 전지전능하다 전지전능하다고 믿는다 그래서 그는 삼인칭으로 불린다 나도 내가 아닐 때 3인칭이다 그는 날마다 삼인칭을 데리고 산책한다

 

반갑습니다, 만나는 사람마다 꼬박꼬박 인사한다 누군지 모르므로 더욱 다정하게 인사한다 인사이트에 아웃사이더가 없다.

 

『미네르바』2022년 봄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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