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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머의 새

청춘의 완성

by 너머의 새 2025. 1. 23.

 

 

청춘의 완성/강영은

 

 

   탁자 위에는 늘 물컵이 놓여 있었다

 

   너는 왜 물만 마시니?

 

   눈앞을 오가는 어항 속의 금붕어를 손가락으로 짚으며 너는 묻고 있었지만 물풀 사이 오버랩 되는 물의 눈동자, 일렁이는 네 눈동자는 작은 어항 같아서

 

  숨을 헐떡이며 목마름을 이겨내던 나는 어항 속에 갇힌 금붕어였다

 

  청춘은 고상하지도 비천하지도 않은 음악 같아, 지하의 음악다방에서 청춘을 소모하는 동안 금붕어와 나 사이 흐르는 건 베토벤도 슈벨트도 아니었다

 

  “어머니, 내 삶은 이제 막 시작한 것 같은데 난 내 삶을 내팽개쳐 버린거에요”

 

  보헤미안 랩소디*를 칼 복사하던 가슴이 무대이고 악기이던 그때, 너를 기다리는 시간만이 유일한 위안이었다 레코드판 위를 도는 바늘처럼 너를 기다렸던 것 같다

 

  무수한 기다림과 스파링하는 동안 잃은 것과 얻은 것 중, 어느 것이 내 것이었을까,

 

  떨리는 손으로 물잔을 잡던 장면이 깨졌을 때, 미래라는 헐렁한 옷을 입은 나는 아무것도 선택하지 않았다

 

  출렁이지 않는 탁자처럼 물의 눈동자가 고요해졌을 때 나의 청춘이 완성되었다 푸름이 너무 깊어 물기를 뚝뚝 떨구던 그 시절,

 

  푸르다는 이유만으로 방랑자의 광시곡 외엔 가진 것 없는 나는 나를 용서했다

 

 

*Queen의 노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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