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자(讀者)/강영은
한 문장 속에는 눈, 코, 입 같은 여러 개의 문(門)이 달려 있습니다. 열거나 닫힐 뿐인 문(門)은 상징일지 모르지만 문(門)이 있다는 건 나를 안내하는 자가 있다는 것
더 빨리, 더 간절히, 문(門)을 열려는 이들도 있습니다. 그럴 때 문(門)은 계단이 필요합니다. 뛰어내리거나 뛰어오를 계단이 준비되었다면 문패(門牌)와 같은 알레고리를 열어야 합니다.
이를테면, ‘열려라 참깨’와 같은 주문(主文)을 지나야 합니다. 아, 저런! 잘못된 문(問)이 문(聞)을 통하여 수치를 갖는군요. 그럴수록 패(牌)를 쥔 손이 밑줄 긋습니다.
속독(速讀)을 좋아하는 사람들은 단번에 담장을 넘습니다. 페이지 뷰를 원하는 사람들은 한 장면에 오래 머물러 있기를 좋아 하구요.
반복적이거나 인상적인 문장(紋章)에 집착하는 건 오래된 습관이지만 떠나지 못하는 사람들, 떠날 수 없는 사람들이 있다는 것은 장미처럼 붉은심장(心臟)에 대한 신앙심 때문입니다.
문(門)에 대한 믿음이 없다면 구름에 대해 고민해 보세요. 구름은 제멋대로 하늘을 흐려놓지만 별이 반짝이는 밤하늘은 아름다운 문장(文章)이잖아요?
꼬리가 긴 최초의 문장(門帳)이 탄생합니다. 사라지는 별똥별에 당신은 여러 개의 문(吻)을 매달아 둡니다.
그 문(門)이 죽음으로 들어가는 길이라고, 얼굴을 현실에서 돌려 제2의 현실에 파묻고 있는* 신생아들을 위해 궤도를 수정하기로 합니다.
빠르게 문(門)이 열릴 때 당신은 차단됩니다. 나는 문(門)을 여는 사람, 당신을 읽는 최초의 얼굴입니다
*릴케의 시‘책 읽는 사람’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