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녹색비단구렁이

모자帽子

by 너머의 새 2015. 9. 7.


모자帽子 /강영은



겨울 햇빛이 앉았다 간 자리

너덜너덜 헤어져 더 이상 꿰맬 자리조차 없는 그림자 하나 오래 남았다 간 자리에 매발톱 꽃은 발톱을 숨긴 지 오래, 상사화는 상사병에 걸린 지 오래, 머위 잎은 찢어진 우산이 된 지 오래,

탑골공원 벤치에 중절모 한 분 앉아있다

실밥이 다 떨어진 낡은 코트 자락과 때 묻은 구두를 벗고 앉아있던 기억마저 지우고 리폼 안 되는 아버지, 아버지 한 분이

쓸쓸한 관棺 하나로 오래오래 남아있다

'녹색비단구렁이' 카테고리의 다른 글

수선화  (0) 2015.09.07
담쟁이  (0) 2015.09.07
접시 위의 한 문장  (0) 2015.09.07
소비되는 봄  (0) 2015.09.07
게발 선인장  (0) 2015.09.0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