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자帽子 /강영은
겨울 햇빛이 앉았다 간 자리
너덜너덜 헤어져 더 이상 꿰맬 자리조차 없는 그림자 하나 오래 남았다 간 자리에 매발톱 꽃은 발톱을 숨긴 지 오래, 상사화는 상사병에 걸린 지 오래, 머위 잎은 찢어진 우산이 된 지 오래,
탑골공원 벤치에 중절모 한 분 앉아있다
실밥이 다 떨어진 낡은 코트 자락과 때 묻은 구두를 벗고 앉아있던 기억마저 지우고 리폼 안 되는 아버지, 아버지 한 분이
쓸쓸한 관棺 하나로 오래오래 남아있다
녹색비단구렁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