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녹색비단구렁이

수선화

by 너머의 새 2015. 9. 7.


수선화/강영은



맨발의 대지를 열면 흙 알갱이 하나하나가
얼마나 먼 길을 걸어왔는지
뒤꿈치의 부스럼들 까맣게 부서져 내린다
까칠까칠한 살갗의 그 발바닥들이
단단하게 지면을 받쳐들어
흙으로 돌아간 어머니의 맨발도
간절한 속도의 그리움을 경작하는 것일까
수선화 알뿌리, 폐경기 지난 자궁이
자꾸만 환하게 부풀고 있다

어머니, 저 햇살의 젖을 물려주세요
당신의 몸 속에서 빠져 나온 알집이 토실토실 자라게요

캄캄한 기억을 열고
유선으로 부푼 젖 몽우리에 입술을 갖다대면
生에 무겁게 매달렸던 봄이
노랗게 꽃망울을 터트린다

봄, 둥근 자궁이 열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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