석간 (夕刊 )/ 강영은
단풍잎을 줍는 아이와 그 등을 바라보는 어미의
코끝에서 타는 낙엽냄새
나무들 같은 존재에 닿는 지면이
같다고 생각하면 같은 온도로 틀리다고 생각하면 틀린 온도로
타오르는 저녁이다
손으로 비벼 끈 담배처럼 우리는 서로를 모르지만
통곡의 벽을 지나가는 사람들, 모닥불처럼 피어나는 행간들
누가 찢었나,
누가 되는 저쪽에서 이쪽으로 달려오는 불자동차
잠을 청하는 노숙자처럼
우리는 내일의 안녕을 묻지만
모르는 온도를 지닌 당신의 체온은 다른 낙엽으로 기록되는 것이어서
인기척에 놀란 활자들이 몇 갈피의 소모로 파쇄 되는 저녁
당신과 나의 입김으로 태어난 모로코나비n-nabi는
단풍잎 아래 파란색 수은주를 멈춘다.
두 날개가 접힌 세계는 벌써 낯설고 먼 지상이다.
-『문학사상』 2014년 8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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