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머의 단평16 불륜시편 2—회춘(回春)/강우식 불륜시편 2—회춘(回春)/강우식 봄이 오듯이 그 여자가 왔다 꽃이 피고 새가 울었다 자연처럼 내가 초록 물들었다 늙마 인생에 그 여자가 봄으로 왔다 몸속 깊이에서 개울물 흐르는 소리가 맑았다 사람은 사람으로 하여 봄이 되고 겨울이 됨을 알았다 너는 몸의 피란 피가 잉잉 돌도록 .. 2015. 9. 10. '모른다고 하였다' /권 지 현 '모른다고 하였다' /권 지 현 우루무치행 비행기가 연착되었다 북경공항 로비에서 삼백삼십 명의 여행자들은 여섯 시간째 발이 묶인 채 삼삼오오 몰려다녔다 현지여행객들은 아무렇지도 않은 듯 여행가방에 다리를 올리고 앉아 떠들어대거나 서로 담배를 권했다 담배를 피워올리건 말건.. 2015. 9. 10. 침향沈香, 매향埋香/정호정 침향沈香, 매향埋香/정호정 하늘을 봐도 구름을 봐도 숲을 봐도 물을 봐도 도무지 생각이 나지 않는다 서향나무는 베어 놨는데 하늘에 묻어야 하나 구름에 묻어야 하나 숲 속 물 속 어디에 묻어야 하나 생각의 실마리를 찾아가는데 문득 가슴이 저려왔다 아리고 아리다 순정한 시절의 아.. 2015. 9. 10. 비의 집/박제천 비의 집/박제천 아마, 거기가 눈잣나무 숲이었지 비가, 연한 녹색의 비가 내렸어 아니, 눈잣나무가 비에게 내려도 좋다는 거였어 그래, 눈잣나무 몸피를 부드럽게 씻겨주는 것 같았어 아마, 병든 아내의 등을밀던 내 손길도 그랬었지 힘을, 주어서도 안되고.... 그저, 가벼이 껴안는 것 처.. 2015. 9. 10. 이전 1 2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