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입자들/ 강영은
뜨거운 양철 지붕위의 고양이*를 보고 있는 눈 밖의 창 너머
고양이 두 마리 허방을 건너뛴다
허공의 깊이를 훌쩍 넘어 오늘도 무사히,
온 동네의 지붕을 주름 잡는 그들이 담벼락을 지나자
장미넝쿨의 가시들,
무참히 짓밟힌제 몸의 아픔에게로 그늘을 이동 시킨다
땡볕에 벼려진 낫처럼 번득이는 몸뚱어리가 스쳐 지나간
모퉁이에는 거미집이 찢겨진 채 펄럭인다
공중에 세 들고 있던 무당거미 한 마리
펄럭이는 상처 속으로 기어든다
지글거리는 발바닥의 상처를 핥는 밤이면
제 몸의 눈을 활짝 열어젖힌 지붕들
갓난아기 울음소리에 뒤척이는 우리들의 잠 머리 위로
조용히 솟아오르곤 했다
고통은 살아 있다는 증거다,
뜨거운 양철지붕 위의 고양이 브릭에게
아버지가 말씀하시는 사이
고양이들 날렵하게 땅으로 내려선다
후미진 길목의 쓰레기통을 뒤져 일용 양식을 찾는
무적의 슬픔 사이 도시의 핏빛 노을이
세 들기 시작한다
녹색비단구렁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