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너머의 뉴스

한글, 피어나다

by 너머의 새 2015. 9. 10.





이 작품은 무엇을 표현한 것 같으세요?

바로 한글 자음 'ㄱ'의 이미지를 형상화한 작품입니다.



한글과 그림, 시.... 셋이 만난다면 어떤 모습일까요?

한국을 대표하는 미술작가와 시인들이 '562돌 한글날'을 기념해서 멋진 작품을 만들었습니다.



자음(ㄱ,ㄴ,ㄷ,ㄹ,ㅁ,ㅂ,ㅅ,ㅇ,ㅈ,ㅊ,ㅋ,ㅌ,ㅍ,ㅎ) 14자, 모음(ㅏ,ㅑ,ㅓ,ㅕ,ㅗ,ㅛ,ㅜ,ㅠㅡ,ㅣ) 10자를
시와 연결했고요, 거기에 그림까지 입혀서 한글의 아름다움을 표현해냈습니다.




그동안 한글하면 추상적이고, 고전적인 느낌이 강했잖아요..

이런 틀을 과감히 깨고, 새로운 한글 이미지가 태어났습니다.



특히 문자와 음성시대에서 '비주얼시대'로 전환되는 시점인 만큼, 더욱 의미가 깊은 것 같습니다.

그럼, '시와 그림의 옷을 입은 한글, 한글이야기' 를 소개해 드릴께요..

 



'ㅁ'

우선 소개해드릴 작품은...

이명미 작가의 작품인데요.

물을 의미하는 ㅁ, 눈과 눈물이 만나 이루는 '눈물'이란 이미지를 구체화해서 표현했습니다.





시인 조영순 씨도 'ㅁ과 눈물'이란 시로 새로운 한글 이미지를 만들었네요.

ㅁ과 눈물

조영순


꽉 다문 입술, 똑바로 뜬 눈에서 흐른다, 눈물은 내려가고 숟가락은 올라갈 때 미음, 두 해 쯤 짓이겨진 눈에 출렁이다 껌뻑이지 않아도 물이 샌다 이건 눈물이 아니고 즙일 뿐이다,

아껴 쏟으면 용왕도 좋아하겠지만 물밖에 난 고기처럼 다 죽게 된 운명 아닌가 물 말아 넘겨도 목 메인다 물에 물 탄 듯 술에 술 탄 듯 살진 못하지 물에 빠진 생쥐처럼 흠뻑 젖어버린 악전고투 트는 대로 흐른다지만, 와- 잡을 테면 잡으라지, 눈과 물이 만나는 모서리

마음에서 멀어지는 절명의 한 때, 눈 먼 개 젖 탐하듯, 고양이 갈밭 매듯, 구렁이 꿩의 알 굴리듯, 말 타고 사각지대를 간다 눈의 기쁨을 거절하는 한 줄기 눈물 화면 밖을 통과한다 애기똥풀이다.






'ㅂ' 임현락 미술작가는 "활시위를 당기는 남자들의 모습을 연상했다"고 소개했고요,





시인 강영은 씨는 '밥을 위한 연가'로 ㅂ을 표현했습니다.

밥을 위한 연가

강영은


팽팽하게 당겨진 활시위처럼 입술주름을 늘였다 줄였다 하는 너는 묵은 바람 끼 터트

리는 입술소리

입술 부르트게 하는, 입술을 조율하기도 하는 그 소리는 부르르 살을 떨며 날아가 배

고픈 과녁을 뚫기도 하지

온종일 먹잇감을 찾아 헤매는 네 속의 나는 따뜻한 밥, 배부른 아침이 올 때까지 캄캄

한 아궁이의 불을 지피지

바압~ 밥 하고, 밥물 잦아드는 소리로 내 입술을 향해 화살 날리는 너는 오래된 남자,

내 마음의 별리(別里), 한적한 동굴에 암각된, 그러므로 나는,

 

ㅂ,ㅂ,ㅂ,ㅂ, 말발굽을 달리는 먼 우레 소리,

 

아직 오지 않은 너를  내 마음의 빈 밥그릇에 소복이 퍼 담지




'ㅋ' 미술작가 이경직 씨는 '성찰을 위한 코드'로 새로운 이미지를 선보였고요,





신달자 시인은 ㅋ을 의미화해서 표현했습니다.



신달자




ㅋ처럼
마음속의 팔을 뻗어
조금만 더 조금만 더
우리 함께 다가 가노라면
닿을꺼야
내가 보이지? 나도 네가 보여
네 앞에 서기까지 백번의 봄이 지나갔어
어서와 곧 네 몸이 내 심장에 꽂힐 꺼야
콸 콸 장미피가 솟을 거야
불날꺼야







'ㅏ' 나무 한그루가 있네요. ^^

미술작가 박병철 씨는 '자연문자와 소통'이란 주제로 모음 'ㅏ'를 표현했고요,





시인 박찬일 씨는 '아아아아……' 부르짖는 음성으로 'ㅏ'를 표현했네요.

아아아아……


박찬일



아아아아…… 라오콘은 詩에서 두 아들들과 큰 뱀에 휘감겨 죽으면서 “별에까지 들리도록 무서운

부르짖음을 울렸다”
아아아아…… 라오콘은 조각상에서 두 아들들과 큰 뱀에 휘감겨 있으면서 속으로 부르짖고 있다 입을 약간 벌리고
겉으로 아아아아…… 부르짖다가 잠잠해진 詩의 라오콘
속으로 아아아아…… 부르짖는 모습으로 여태까지 있는 바티칸 미술관의 라오콘
4차원과 3차원이라고 말하지만, 아아아아……아아아아……
누가, 누가, 누가 알리, 누가, 누가, 누가 4차원이고, 누가, 누가, 누가 3차원일지
속으로 부르짖는 상태로 바티칸 미술관에 있을지; 겉으로 부르짖다가 잠잠해질지
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
트로이 목마의 비밀을 누설하지 않으리



시가 되고 그림이 되는 한글...

그동안 많은 작가들이 한글을 소재로 여러 작품을 선보였는데요.



내년에는 시와 그림, 음악이 한데 어우러진 한글을 선보인다고 합니다.

새롭고 멋진 한글을 기대해 봐야 겠어요.



참여작가 명단

· 미술작가 : 박금준, 박병철, 이경직, 이명미, 임현락, 한재준

· 시 인 : 정진규, 김지헌, 이지엽, 김종해, 조영순, 강영은, 허형만, 김행숙, 유안진, 이근배, 신달자, 조창환, 손현숙, 박주택, 박찬일, 원구식, 정재분, 허영자, 이영식, 문인수, 이건창, 이명수, 이가림,

박제천



*위의 시와 그림은, 문화체육관광부 국립국어원에서 562돌 한글날과 한글주간 선포 원념을 기념하여 발간한 <한글 피어나다-문화의 옷을 입은 한글>에 게재된 작품들 중 일부입니다.

이 책자에 관한 문의는 국립국어원 국어문화홍보팀(전화 (02)2669-9629)으로~



*한글날과 관련한 다양한 행사는 '한글 피어나다. 한글날 큰잔치' 사이트에서

보다 자세한 사항을 살펴볼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