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발톱 꽃/강영은
매는 급강하 직전,
날카로운 부리와 발톱을 숨긴다
눈 밑의 검은 띠로
빛을 빨아들여
재빨리 먹이를 낚아챈다
탐욕스런 아가리 속에는
먹이의 척추를 꺾는 돌기가
독버섯처럼 돋아나 있다
매 같은, 매 발톱 같은,
매발톱꽃들은
발톱조차 없는
신문지상의 귀퉁이 같은
지상의 낮고 후미진 곳을
곱게 물들이는데
하늘과 땅을 금 긋듯
매와 매발톱꽃 사이를 오가며
인간은 혓바닥 속에
매와 매발톱꽃을 키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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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네르바의 체취/ 조남두(시인, 시예술사 회장)
강영은의 <매발톱 꽃>에는 무엇보다 전쟁과 예술의여신 미네르바의 체위가 물씬하여 그 역동감의 율조가 우리들 심금을 더물어 출렁이게 한다. 그리고 싱그럽다. 시의 음악성을 얘기할 때, 안으로 사무치는 절절한 내재 리듬에 몸매하여 얼른 정형시 운운하거나, 리얼을 얘기할 때는 또 얼른 사용자 피사용자 난장의 승자는 불문곡직 피사용자 되게 하는 카프의 혼혈되게 하거나, 회화성을 얘기할 때 그 안으로 사무치는 절절한 비평지성의 열화를 모르고 평면적 유사성을 횡설수설하는 따위가 모두 시도 예술도 아님을 우리는 여기 강영은의 시편을 통하여 공감하게 된다. 우리들 오욕과 죄악의 악마적 인간성을 질타하는 이 시인의 에스프리나 메타포어는 또 하나 비평지성 시편의 좋은 본이 될터이다.
제 8회 시예술상 우수 작품 수상작품 평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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