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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냥한 시론詩論

떨기나무의 노래

by 너머의 새 2016. 3. 7.

떨기나무의 노래/강영은

 

 

 

불쏘시개로나 쓰일까,

불이 붙어도 타지 않는 떨기나무

떨기나무는

베어지기를 몹시 기다리지만

벌목(伐木)하지 못한 문장은 

베어지는 대신 활활 타오른다 

타오르면서도 소멸되지 않는

신앙의 자세로

가시투성이 바닥을 헤쳐나간다  

불붙지 않는 가시덤불에

꽃도 열매도 맺지 않는

관목의 등에 집중한다 

상상은 쥐고 있던 새를 날려 보낸다

타닥타닥 타오르는 떨기 속에서

잿더미가 되지 않는 지저귐이 들려온다   

오후 3시의 일이었지만 

떨기나무가 베어지기 전

새가 돌아왔다

 

 

 

         -『시와 사람』 2015년 겨울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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