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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냥한 시론詩論

아일란 쿠르디외

by 너머의 새 2016. 4. 4.


 

 

아일란 쿠르디/강영은

 

 

갓 태어난 무덤처럼 너는 ​해변에 웅크려 있었다

빨간 윗도리와 짧은 반바지를 밀어낸 몸의 안부는 싸늘했다

그림자 없는 물결이 젖무덤을 물려 줬다

너는 밀려드는 물결의 젖을 빨고 빨았다

감색 운동화는 금방이라도 걸어갈 것 같았다

때 묻지 않은 바닥을 보여주는 비애의 형태가

너무 가지런해

바라보는 우리는 발걸음을 떼지 못했다

​슬픔에도 중력이 있다고, 물결은 물결 밖으로

슬픔을 실어 날랐다

너는 더 이상 울지 않았다

처음 이 세상에 왔던 모습으로

이 세상을 만났던 그 때 그 자세로

돌아가고 있었을 뿐

아가야, 뜬 눈으로 보았던 세상을 용서하렴,

지구의 속의 지구처럼, 창과 방패처럼

울 수 없는 난민들이 울 곳을 찾아

나에게까지 왔다

  

 

* 3년 전 IS가 점령한 코바니를 떠나 고무 보트를 타고 그리스의 코스 섬으로 향하던 쿠르디 가족은 5살 형과 엄마도 숨지고, 아버지 압둘라만 남았다 3살의 아일란 쿠르디는 터키 바닷가에서 엎드려 숨진 채 발견됐다.

​『시와 경계』 2015년 겨울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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