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와이기/강영은
한옥韓屋이 한옥다운 몸을 지니려면
기와지붕이 제격이다
한국 사람의 머리통이 검은 색이듯
검게 그을린 고령기와가 그 중 으뜸이다
대가야의 흙에서 태어난 고령기와,
솔잎 연기로 구운 훈와燻瓦의 몸에서는
청정한 노송老松향기가 난다
향기를 얹은 처마는 가볍게 고개 들고
지붕에 내려앉은 새들은 날아갈 듯 숨 쉰다
장정 열 명이 올라서도 깨지지 않는다는 기왓장에는
청양 암각화에서 본 기와집이 여러 채 세워져 있다
물과 불 속에 전생全生을 내려놓은
흙이기 때문일까,
한 덩어리 흙에서 태어나 한 덩어리 흙으로 돌아가는
생의 등요登窯에서 잘 구워진 사람을 본다
천도가 넘는 불가마 앞에 앉아
온몸을 굽고 있는 김은동 제와製瓦장인
감정은 기교가 아니라 진실에서 나온다'고
그림 안에서 그림 밖으로 기왓장 얹고 있다
햇빛에 갈라지거나 트지 않는
겨울 추위에도 동파되지 않는 그의 도정道程이
지붕위의 꽃을 피워내는 신비를
구곡리 전통기와박물관에서 읽는다
*고령기와 김은동 회장의 어록 중에서
한국시협 사화집 2016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