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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냥한 시론詩論

기와이기

by 너머의 새 2016. 3. 7.

 

 

기와이기/강영은

 

 

한옥韓屋이 한옥다운 몸을 지니려면

​기와지붕이 제격이다

한국 사람의 머리통이 검은 색이듯

​검게 그을린 고령기와가 그 중 으뜸이다

대가야의 흙에서 태어난 고령기와,

​솔잎 연기로 구운 훈와燻瓦의 몸에서는

​청정한 노송老松향기가 난다

향기를 얹은 처마는 가볍게 고개 들고

지붕에 내려앉은 새들은 날아갈 듯 숨 쉰다

장정 열 명이 올라서도 깨지지 않는다는 기왓장에는

​청양 암각화에서 본 기와집이 ​여러 채 세워져 있다

물과 불 속에 전생全生을 내려놓은

​흙이기 때문일까,

한 덩어리 흙에서 태어나 ​한 덩어리 흙으로 돌아가는

생의 등요登窯에서 잘 구워진 사람을 본다

천도가 넘는 불가마 앞에 앉아

온몸을 굽고 있는 김은동 제와製瓦장인

감정은 기교가 아니라 진실에서 나온다'고

그림 안에서 그림 밖으로 기왓장 얹고 있다

​햇빛에 갈라지거나 트지 않는

​겨울 추위에도 동파되지 않는 그의 도정道程이

지붕위의 꽃을 피워내는 신비를

구곡리 전통기와박물관에서 읽는다

   

*고령기와 김은동 회장의 어록 중에서

 

한국시협 사화집 2016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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