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를 훔치다 /강영은
유성빌딩 현판에 별 하나 걸려 있다
그 별의 이름은 유성이지만
대리석 빌딩에 단단하게 못 박혀 있어 흐르지 못 한다
별빛 흐려지는 날,
그 별을 훔치는 남자가 있다
부드러운 목면에 침 퉤퉤 뱉어 광약을 매기고
손바닥의 얼룩이 없어질 때까지 별을 훔치면
별은 먼 우주로 흘러갈 듯 반짝거린다
이 도시의 불빛들, 무성하게 돋아나는 별빛들도
그가 훔친 것인지
밤마다 얼룩진 손바닥을 그려보곤 한다
흐르는 별이 유독 많은 밤,
나는 그가 먼지 묻은 손자국만 남기고
사라졌을까 봐
허공의 안부를 먼저 묻는다
허공 속에는 보이지 않는 별들이 무수히 반짝인다
오늘은 그가 그 별들을 다 훔쳤는지
하늘이 유달리 맑다
어디선가 나를 내려다보고 있을
엄마별, 아빠별을 훔치고 싶어
흐르는 별을 붙들고 있는 그를,
오늘은 내가 훔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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