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랑드자트 섬의 일요일 오후*/강영은
일요일 오후면 나는 즐거운 양말, 점묘법 댄스를 추며 그랑드자트 섬으로 날아갔지. 그곳에서 나는 꽃 한 송이 피워낼 줄 모르는 엄마의 꽃무늬 양산을 펴드는 대신 엄마가 깜짝 놀랄 멋진 우산과 데이트 했지. 커다란 박쥐우산 속에서 뾰족한 턱을 앞으로 내민 조금은 거만한 남자와 입을 맞추며 엄마를 버리는 연습을 했지.
멀리 가지는 말아라, 멀리 가려면 눈에 안 보이는 곳까지 아주 가거라, 노을이 엄마를 붉게 물들일 때까지 그랑드자트섬의 푸른 잔디밭을 독식했지. 슬픔의 근원이 무엇인지 모르는 천국의 어린 양 따위는 잊어버리고 그냥 슬픔에 길들여진 양 한 마리를 몰고 다니며 도시락을 싸들고 소풍 나온 기족과 갓 태어난 유모차에게 안녕하세요 저 슬픔이에요, 꼬박꼬박 인사도 했지.
하지만 나는 그랑드자트로 간 게 아니었어 엄마가 하늘과 씨름하는 동안 나는 여전히 액자 속에 들어 있는 일요일 오후, 얘야 이 세상에 그랑드자트는 없단다 저 하늘나라에나 있을까, 하늘 저켠의 섬에 닿은 엄마, 자꾸 종소리를 울려대는데 내 안의 길 잃은 새끼 양 한 마리 묻지
엄마, 나 몇 세기 후에 돌아가게 될까?
*조루즈 쇠라 의 그림
최초의 그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