왕소금 바다 /강영은
눈발 날리는 제주바다를 본다
싸르락싸르락 구르는 눈발이 동치미를 담그는
왕소금 같다
흩어지는 그것들을 손바닥에 받아드니
어머니 모습이 어룽진다
하루 종일 바닷가를 헤매다 온 내 종아리에
물결무늬를 새겨 넣은 어머니,
시퍼렇게 얼어붙은 물결무늬는 동치미무
숭숭 썰어낸 칼금 같았지만
어머니는 칼금 속에 소금을 비벼 넣어
동치미를 담그셨다
저 년의 종아리, 소금밭에 기냥 둬야 맛이 들쥬,
한 점 물기도 약탕관의 삼베보자기 짜듯 바투 짜내 민
맛 안들 엉 안 된다'
종아리의 상처자국 마른 뒤에야
국물을 붓던 어머니는 제 몸에 염장 지르는
제주바다 같았다
소금 꽃 하얗게 돋아나는 밤,
나는 성에꽃 피워내는 유리창 바라보며
동치미 국물에 삶은 고구마를 목메게 먹었다
쩍쩍 갈라진 손등처럼 골 깊은
제주바다 앞에 설 때면
싸르락싸르락 왕소금 구르는 소리,
쓱쓱 내 종아리 익어가는 소리 들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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