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위적인 딸에게 보내는 편지/강영은
비비안 웨스트우드는 패션 아방가르드의 프론티어, '섹스'라는 이름의 부티크를 연 그녀는
타협하지 않으면서도 때로는 도발적인 문양을 날개에 새긴다.
그녀의 심볼은 타탄체크, 종족과 계급을 나타내는 고전적인 무늬가 사람을 차별한다는 말
인데 무늬의 굵기가 달라질 때마다 관계의 체위가 달라진다. 날개를 번식시키는 오, 이처럼
위험한 유산이 또, 있을까
이를테면,
(빨간 스포츠카가 빨간색 신호등에 덜미를 잡혔다 사륜구동의 바퀴 아래 , 푸른 신호등
을 건너가던 두 다리가 깔려 있다 4개의 다리는 치정에 얽혀있다)
라는 문장이라든가,
(머플러로 목을 부풀린 아랍여자가 전광판 속을 지나간다. 검고 큰 눈 속에 돌로 짠 타탄
체크 무늬가 들어있다. 통곡의 벽, 너머 총알이 날아오고 그녀가 쓰러진다. 얼굴을 가린 타
탄체크는 총알과 무관하지만 벽을 세운 가로와 세로가 한 발 더 멀어진다.)
라는 문장에 대해,
무늬를 겨냥하는 저격수는 갈채를 보낼지 모르지만 물들기 좋은 무늬가 그녀의 부티크
에 있다는 말,
하지만 나는 그녀에게 묻는다.
바둑판 위에 놓인 검은 돌, 흰 돌처럼 사각을 지나가는 무늬가 허공이라면, 킬 힐을 신은
모델들은, 길들여진 가늘고 새빨간 다리들은, 길들여짐으로 무대에서 사라진 모든 날개
들은?
날기를 고집하는 딸아, 허공을 명품이라 생각하는 딸아,
해와 달이 서로를 지날 때 피 빛으로 물드는 것을 기억하렴, 허공이 사랑하는 무늬는 파랑,
흐느끼는 물낯밖에 없다는 것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