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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초의 그늘

전위적인 딸에게 보내는 편지

by 너머의 새 2015. 9. 7.

전위적인 딸에게 보내는 편지/강영은 

 


 비비안 웨스트우드는 패션 아방가르드의 프론티어, '섹스'라는 이름의 부티크를 연 그녀는

타협하지 않으면서도 때로는 도발적인 문양을 날개에 새긴다.


 그녀의 심볼은 타탄체크, 종족과 계급을 나타내는 고전적인 무늬가 사람을 차별한다는 말

인데 무늬의 굵기가 달라질 때마다 관계의 체위가 달라진다. 날개를 번식시키는 오, 이처럼

위험한 유산이 또, 있을까


 이를테면,


 (빨간 스포츠카가 빨간색 신호등에 덜미를 잡혔다 사륜구동의 바퀴 아래 , 푸른 신호등

을 건너가던  두 다리가 깔려 있다 4개의 다리는 치정에 얽혀있다) 


 라는 문장이라든가,


 (머플러로 목을 부풀린 아랍여자가 전광판 속을 지나간다. 검고 큰 눈 속에 돌로 짠 타탄

체크 무늬가 들어있다. 통곡의 벽, 너머 총알이 날아오고 그녀가 쓰러진다. 얼굴을 가린 타

탄체크는 총알과 무관하지만 벽을 세운 가로와 세로가 한 발 더 멀어진다.)


 라는 문장에 대해,

 

 무늬를 겨냥하는 저격수는 갈채를 보낼지 모르지만 물들기 좋은 무늬가 그녀의 부티크

에 있다는 말,

 

 하지만 나는 그녀에게 묻는다. 

 

 바둑판 위에 놓인 검은 돌, 흰 돌처럼 사각을 지나가는 무늬가 허공이라면, 킬 힐을 신은

모델들은, 길들여진 가늘고 새빨간 다리들은, 길들여짐으로 무대에서 사라진 모든 날개

은?


 날기를 고집하는 딸아, 허공을 명품이라 생각하는 딸아,

 

 해와 달이 서로를 지날 때 피 빛으로 물드는 것을 기억하렴, 허공이 사랑하는 무늬는 파랑,

흐느끼는 물낯밖에 없다는 것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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