옷의 진화/강영은
엄마 무덤가는 길에 찔레가 지천이다
다닥다닥 매달린 붉은 열매에 까막까치 날아와 부리를 댄다 새가 쪼아 먹다 간 자리엔 붉은 젖니 자국, 젖니는 근성이 모호한 이빨이어서 꽃 판에 푸른 멍이 들 때까지 유두를 아프게 깨물었지 엄마는 낯을 붉히며 아프지 않게 뺨을 꼬집거나 비릿한 흰 젖 꽃 무더기로 피워냈지만 잇바디 간지러운 배냇저고리 찔레꽃이 어미임을 잊어버리는, 묘법을 아는 것처럼 붉은 열매의 희고 고운 꽃 시절에 이빨을 들이댔지
까막까치가 날아 와 일러준 엄마와 나는 서로를 먹여온 피투성이 옷,
내 배냇저고리와 엄마가 입고 가신 하얀 명주옷 사이 남아 있는 건 젖니 자국 가득한 가시 옷 한 벌, 붉은 찔레꽃 무덤,
최초의 그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