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하학적인 풍경/강영은
뜨개질을 할 때마다 엄마는 체크무늬를 짜 넣었다.
가시오, 일단 멈추시오, 명령하는 코바늘자국이 늘어날 때마다
복잡 미묘한 네거리는 신호등에 걸린 털실들로 붐볐다.
붉은, 혹은 푸른 매듭을 풀었다 매었다 하는 날이면
대바늘에 깃든 바람 소리가 밤새도록 달빛을 뜨개질하곤 했지만
엄마의 뒤꼍을 알지 못한 털실들은
네온 꽃, 알록달록한 네거리로 피어났다.
여기저기서 모아온 네거리에서
나는 햇살을 듬뿍 받은 양지꽃으로 피고 싶었다.
뼈만 남은 손가락이 자라난 걸까,
과속 페달을 밟은 바늘이 신호등에 걸린 날,
엄마의 그림자를 찍어낸 가로와 세로가 붉게 염색되었다.
건너지 못한 교차로를 얼룩으로 이해한 나는
스웨터를 둥글게 말아 세탁기에 집어넣었지만
걷고 싶은 길과 걸어야 할 길의 경계에서
한 치 오차 없이 사각무늬만 짜온 엄마는
털실의 궤적을 벗어나질 못했다.
스웨터를 벗은 풍경이 보푸라기 털실 날리는 윤 3월,
허공이 삼킨 무수한 매듭 위로
때 늦은 눈발이 미완성의 슬픔처럼 흩날렸다.
체크, 체크무늬는
그리움으로 연결되는 끝없는 문장(紋章),
엄마의 손가락을 건너간 나는 회색의 체크무늬로
완성되었다.
최초의 그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