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인적인 옥상/강영은
이것은 한글 자판기 같은 옥상이야기다
스카프의 매듭이 풀릴 때 난간 밖으로 발을 디디는 서술이 있고 난간 안으로 도망치는 묘사가 있다
난간은 왜 있는 걸까, 난간은 왜 안과 밖을 가르는 걸까
차가운 몸속에 불을 지핀 고드름이 흘러내릴까봐 나는 아무에게도 비밀을 말하지 않는다
가볍게 날아가는 나비, 중력을 고민하는 날개
시인인 너를 생각하면 울고 싶은 옥상이 생겨난다 죽기엔 먼 옥상
옥상이 죽으면 어떻게 될까,
뛰어내려 본 사람은 안다 옥상이 어디 있는지를.....‘그 사람은 사회적으로 중요하지 않다 틀림없는 개인이다’*
가로등 불빛이 미치지 않는 옥상끼리 어둠을 나눈다 스카프가 스카프인 것처럼
나는 나로 존재하고 싶다
스카프가 뛰어내리기에 좋은 옥상, 어느 방향에서든 나를 바라보는 내가 익숙해진다
*사르트르의‘구토’중에서
『현대시학』 2019년 1-2월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