슈퍼문super moon/강영은
시체 위에는 고추밭과 수박밭이 있었는데 개는 안 짖었습니까,
손과 발이 이유 없이 고개를 돌릴 때 달이 떠올랐다. 하반신이 날씬한 에볼라가 검은 대륙을 껴안을 때 달이 떠올랐다.
합삭이 될 때까지 지속되는 혼돈,
위성 같은 연인들이 바이러스를 퍼트릴 때 달이 떠올랐다. 사람의 옷을 입은 늑대들이 말라붙은 대지의 젖가슴을 빨 때 달이 떠올랐다.
별이 반짝이는 저쪽에서 달은 무슨 의미입니까, 의미와 무의미 사이
지구의 무릎 안쪽으로 커다란 자지가 들어왔다. 초록의, 눈부신 음부를 향해 지구의 흉곽이 부풀었다.
삭망이 될 때까지 지속되는 폭력,
어제도 내일도 아닌 오늘 밤 달이 떠올랐다. 포기할 수 없는 달빛이 차올랐다. 또 다른 위성을 지닌 것처럼
주기적인 바닷물처럼 다음 생은 약속치 말자,
우리는 개처럼 윙크 했다. 크고 아름다운 눈동자 가득 절망의 발바닥 같은 밀물이 출렁거렸다.
----강영은 시집 {마고의 항아리}(현대시학)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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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도, 인간도 죽었다. 25시, 더 이상 구원의 손길이 없는 최후의 시간에 슈퍼문super moon이 뜬다. 슈퍼문super moon은 대보름달이지만, 에볼라 바리러스에 의해 비명횡사한 연인들과 그들의 지구를 비추기 위하여 떠오른다.
시체들이 즐비한 데도 짓지 않는 개들, 사람의 옷을 입은 늑대들, 삭망이 될 때까지 지속되는 폭력들, 다음 생을 약속하지 않는 인생들, 절망의 발바닥같은 밀물들----.
오오, 슈퍼문super moon, 즉, 과연 대보름달은 그 어떤 의미가 있단 말인가?
오오, 에볼라 바이러스에 감염된 대보름달이여!!
- 반경환의 우수시 배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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