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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머의 신작

새해

by 너머의 새 2019. 6. 21.



새해/강영은

 

새가 날아왔다 어둠 헤쳐 온

새는 관형사로 떠올랐다


소나무가 새장만큼 커지자

사람들은 품고 온 새를 높이 던졌다


새가 없는 나는 떨어지는 깃털을 모아

새를 다시 만들었다


당신과 나 사이

, 라는 문자가 생겨났다


구입한 지 얼마 되지 아니한 

모자(帽子) 같은 것, 


낡지 않아도

금방 싫증나는 모자는 벗어던졌다


몸에 깃털이 있고

자유로이 날 수 있는 날개를 가졌으니


수수한 옷을 입은 나는

형용사를 버린 새가 되었다


희망보다

절망을 더 사랑하는 당신에게


새 중에서

가장 아름다운 품사를 날려 보냈다


나뭇가지가 몇 개인지 아무도

묻지 않았다



『문예연구』 2019년 봄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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