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해/강영은
새가 날아왔다 어둠 헤쳐 온
새는 관형사로 떠올랐다
소나무가 새장만큼 커지자
사람들은 품고 온 새를 높이 던졌다
새가 없는 나는 떨어지는 깃털을 모아
새를 다시 만들었다
당신과 나 사이
해, 라는 문자가 생겨났다
구입한 지 얼마 되지 아니한
모자(帽子) 같은 것,
낡지 않아도
금방 싫증나는 모자는 벗어던졌다
몸에 깃털이 있고
자유로이 날 수 있는 날개를 가졌으니
수수한 옷을 입은 나는
형용사를 버린 새가 되었다
희망보다
절망을 더 사랑하는 당신에게
새 중에서
가장 아름다운 품사를 날려 보냈다
나뭇가지가 몇 개인지 아무도
묻지 않았다
『문예연구』 2019년 봄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