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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머의 신작

젖은 돌

by 너머의 새 2019. 6. 21.




젖은 돌/강영은

 

  눈썹씨름하는 돌을 만났다 밤새 울었는지 온몸이 젖어 있었다 눈자라기를 받아주는 떼받이처럼 바라보는 눈사부랭이가 따라 젖었다 아그려쥔 손금에선 물 흐르는 소리,  신성한 숲에 놓인 것처럼, 돌은 오전 8시의 숲속에 앉아 있었다

  비비새가 울고 가고 모들뜨기 같은 나무 꼭대기에서 몇 안 남은 늦잎이 떨어졌다  모개진 낙엽 더미에서 실뱀 같은 햇살이 눈을 떴다 노숙한 슬픔에게도 돌아갈 곳이 있다는 듯 모지랑이 같은 돌의 손가락이 반짝, 빛났다

  매구 나오는 옛이야기도 외주물집 뿌다구니에 걸린 매지구름도 달룽하니 굳은 돌의 손을 잡고 바다로 갔다  어떤 슬픔은 손이 없어도 바다에 닿는다 수 억 년 매를 맞아도 아픈 줄 모르는  모오리 돌처럼, 처음부터 거기 놓여 있었던 것처럼, 


 ​! 강 같은 슬픔 흘러간 지 오래 되었으나 비무리가 부려놓은 몸맨두리는 섭돌 같은 몸것을 잊지 못했다  굄돌처럼 댕댕한 시간의 손을 잡았으나 돌티 같은 존재 외에 삶을 지우는 어떤 시간도 미어지는 것.

 ​어미는 오래전에 묵정밭에 묻혀 있단다, 무녀리를 잃은 짐승처럼 젖은 돌은 보기만 해도 울었다 만지지 않아도 풍경의 외곽을 적셨다




모든;시 2019년 여름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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