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유專有/강영은
버려진 꽁초 더미에서 조금 더 긴
토막을 찾는 것은
길에서 토막잠 자는 사람들의
전유만은 아니다
침상에서 막 깬 로얄 코펜하겐, 푸른 꽃무늬
찻잔으로 해피 모닝 마시는
당신도
유리 재떨이 속을 뒤져
그것을 받쳐 든다
침과 재로 더렵혀진 꽁초를 집어 들고
자랑스럽게 불을 붙이는
당신의 꿈은
어제보다 긴 골목을 찾아내는 것
그럴 때 입술은 구멍이라는 기호를 버려도
결심을 선택적으로 통과시킨다
한순간을 버티는 결기 같은 것
마지막 도유塗油처럼 끈적거리는
촛불이 들어 있을 것 같아
나는 공포를 본다
죽음마저 끊을 수 없는
우리는 점점 꽁초가 되어간다
미세먼지처럼
나는 법도 날아갈 줄도 모르면서
내일은 죽음을 끊을 거야,
식민지가 된 세계의 폐부를 향해
끊임없이 유감을 표하면서,
『모;든시』 2019년 여름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