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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머의 신작

전유專有

by 너머의 새 2019. 6. 21.



전유專有/강영은


    

버려진 꽁초 더미에서 조금 더 긴

토막을 찾는 것은

길에서 토막잠 자는 사람들의

전유만은 아니다

침상에서 막 깬 로얄 코펜하겐, 푸른 꽃무늬

찻잔으로 해피 모닝 마시는

당신도

유리 재떨이 속을 뒤져

그것을 받쳐 든다

침과 재로 더렵혀진 꽁초를 집어 들고

자랑스럽게 불을 붙이는

당신의 꿈은

어제보다 긴 골목을 찾아내는 것

그럴 때 입술은 구멍이라는 기호를 버려도

결심을 선택적으로 통과시킨다

한순간을 버티는 결기 같은 것

마지막 도유塗油처럼 끈적거리는

촛불이 들어 있을 것 같아

나는 공포를 본다

죽음마저 끊을 수 없는

우리는 점점 꽁초가 되어간다

미세먼지처럼

나는 법도  날아갈 줄도 모르면서

내일은 죽음을 끊을 거야,

식민지가 된 세계의 폐부를 향해

끊임없이 유감을 표하면서,



『모;든시』 2019년  여름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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