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것은 파이프가 아니다*/강영은
키스할 때 코는 어디다 두죠?
당신의 입술이 코의 행방을 물어 왔을 때
봄이 왔다
꽃 보라 날리듯 비말(飛沫)뿜는 봄의 숨결은
뜨겁기만 한데
마스크 속에 숨은 코는
찬피동물처럼 살려고, 살아내려고
몸부림친다
괜찮아요, 당신?
당신의 안부를 발로 찬다
사랑의 얼굴을 내면에 숨긴 발길질은
보노보식 인사
그럴 때 당신의 코는 너무나 멀리 있다
내가 모르는 대륙에 있는 것 같다
몇 개의 대륙을 건너야 입술에 닿나
절정에 목숨 건 꽃나무처럼
사랑은 죽음을 만발하게 피워내는데
꽃향기 날리는 봄날의 키스는
오리무중
코의 행방을 찾기까지
당신도 나도 마스크를 벗지 못 한다 .
*마그리뜨 의 그림 제목. 원제 '이미지의 변용'
웹진『시인광장』 2020년 5월호
마그리뜨 의 그림 제목. 원제 '이미지의 변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