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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머의 신작

이것은 파이프가 아니다*

by 너머의 새 2020. 5. 28.

이것은 파이프가 아니다*/강영은

 

 

키스할 때 코는 어디다 두죠?

당신의 입술이 코의 행방을 물어 왔을 때

봄이 왔다

 

꽃 보라 날리듯 비말(飛沫)뿜는 봄의 숨결은

뜨겁기만 한데

마스크 속에 숨은 코는

찬피동물처럼 살려고, 살아내려고

몸부림친다

괜찮아요, 당신?

당신의 안부를 발로 찬다

사랑의 얼굴을 내면에 숨긴 발길질은

보노보식 인사

그럴 때 당신의 코는 너무나 멀리 있다

내가 모르는 대륙에 있는 것 같다

​몇 개의 대륙을 건너야 입술에 닿나

 

절정에 목숨 건 꽃나무처럼

사랑은 죽음을 만발하게 피워내는데

꽃향기 날리는 봄날의 키스는

오리무중

 

코의 행방을 찾기까지

당신도 나도 마스크를 벗지 못 한다 .

 

 

*마그리뜨 의 그림 제목. 원제 '이미지의 변용'

 

 

 

웹진『시인광장』 2020년 5월호

 

 

 

마그리뜨 의 그림 제목. 원제 '이미지의 변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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