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탈리아/강영은
고고학적 가치가 있는 거리에서
고고학적인 사랑을 만나는 건
아프지 않다
기억 속에 밀폐된
당신과 나와의 거리를 재어 보는 일 같아서
속 모른 당신에게 빠지는 건
두렵지 않다
처음 본 거리는 레몬빛이니까
익숙한 느낌이
익숙해서 아플 때
헤이,
리라 꽃다발을 줄게
죽음을 항해하는 오디세우스처럼
나를 사랑해줘
올리브 나무를 지나온 바람처럼
나를 흔들어줘
풍경만 논하는
애인이 되어줄게
내륙의 작은 식당에서 깨물었던
올리브 절임처럼
역사와 정치를 말하지 않는
열매가 되어줄게
헤이!
어제와 내일로부터 고립된
나를 속여 봐
낡아빠진 골목을 연주하는 기타리스트처럼
나를 울려봐
고대 성곽을 넘은 길처럼
푸른 애인들을 투두둑, 떨구어 줄게
나 혼자 충분히, 낯선
관광지가 되어 줄게
『시인시대』 2019년 가울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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