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 밤이 남긴 것/강영은
네 눈 속에 별이 들어 있어,
논짓물*에 스며든 그 말을 들은 날부터
밤마다 속눈썹에 네가 돋았다
피에로의 웃음 같은 슬픔, 혹은 기쁨일지도 모를
너의 그 말
항아리 뚜껑 위에 올려놓고 복을 비는 정화수처럼
한 그릇 물이라도 된다는 말
은하수 가득 별을 뿌려놓은
여름밤이 모두의 눈을 가리기 위해 반짝였지만
태풍처럼 왔다가 사라진 그림자를 찾아 헤맬 때면
한 그릇 물에 고인 별빛이 흐렸다
죽어도 낫지 않는 피부병처럼
모호하고 불확실한 사랑이 찾아온 것은
폭풍우를 피하기 위해 만들어놓은
오두막에서였다
* 그냥 버리는 물'이라는 뜻의 제주 방언.
『문학 에스프리』 2024년 여름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