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풀등 바다의 등

늦은 눈

by 너머의 새 2025. 3. 3.

 

늦은 눈/강영은

 

 

 

 

늦은 눈 오시는 날 희디흰 꽃씨들이 빈 봉투에 들어찬다

 

온다는 조짐도 예측도 없는 기별은 불규칙한데 빈 봉투에 내리는 아주 규칙적이고 아름다운 꽃모양 눈

 

공중으로 흩어지다 햇빛을 받을 때면 더 없이 빛나는 눈이 가장 우아한 무늬와 모양을 이루는 바로 그 때

 

당신은 당신 눈 속에 나는 내 눈 속에 눈꽃을 피워낸다 각기 다른 창가에 꽃눈을 티워낸다

 

​아, 당신과 나는 서로에게 늦은 눈.

 

삼짇날 지나 흰 제비꽃 피어나듯 무수한 눈송이로 진화할지 모르지만

각막의 가장 안쪽에서 흐릿하게 피어나는 눈꽃은 이 계절에 없는 꽃이니

​잠깐 피었다 지는 눈의 씨앗들이여,

​얼듯 녹을 듯 존재하는 그리움 속으로 가만가만 다녀가시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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