늦은 눈/강영은
늦은 눈 오시는 날 희디흰 꽃씨들이 빈 봉투에 들어찬다
온다는 조짐도 예측도 없는 기별은 불규칙한데 빈 봉투에 내리는 아주 규칙적이고 아름다운 꽃모양 눈
공중으로 흩어지다 햇빛을 받을 때면 더 없이 빛나는 눈이 가장 우아한 무늬와 모양을 이루는 바로 그 때
당신은 당신 눈 속에 나는 내 눈 속에 눈꽃을 피워낸다 각기 다른 창가에 꽃눈을 티워낸다
아, 당신과 나는 서로에게 늦은 눈.
삼짇날 지나 흰 제비꽃 피어나듯 무수한 눈송이로 진화할지 모르지만
각막의 가장 안쪽에서 흐릿하게 피어나는 눈꽃은 이 계절에 없는 꽃이니
잠깐 피었다 지는 눈의 씨앗들이여,
얼듯 녹을 듯 존재하는 그리움 속으로 가만가만 다녀가시라
'풀등 바다의 등' 카테고리의 다른 글
킬힐 바이러스 (0) | 2016.03.07 |
---|---|
휴대폰을 찾아주세요 (0) | 2016.03.07 |
하늘호수 저 편 (0) | 2016.03.07 |
달콤함에 대한 통속적인 관찰 (0) | 2016.03.07 |
첫사랑 극장 (0) | 2016.03.07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