낙엽 사용증명서(使用證明書)/강영은
한 장의 낙엽을 주워들 때
낙엽의 허무와 빛깔을 찬양할 때
아름답게 물든 계절이
시들어간다
낙엽을 주워들 때의 감정과 감각이
불행이란
단어를 달고 사는 건 아니다
헤어지자는 너의 기별을
낙엽의 명예로 잘못 읽은 일
어느 여름날, 너에게 물들어간
나의 불행은
푸른 잎사귀를 고집하는
가지의 상상에서 시작되었는지 모른다
겨울 숲에서 들어보아라
빈 가지를 흔드는 바람 소리를!
그 떨림이 우리를 흔드는 건 아니다
수식을 좋아하는
숲의 의지와 상관없이
나무는 나무로서 바람은 바람으로서
낙엽의 운명에 공감할 뿐
우리의 부재를 말하지 않는다
한 장의 낙엽이 언제나
불행에 집중하는 건 아니다
한 장을 넘기면
또 다른 장면이 시작되는 것을
책갈피로 꽂아둔 낙엽은
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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