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장冊張, 낱낱이 펼쳐진 밤의 숲/ 강영은
시인의 나라는 중립국이다.
아군 적군이 없다.
은유(隱喩)로 빚은
밤의 숲처럼
꽃을 꽃이라 말하지 않고
벌레를 벌레로 보지 않는다.
신(神)을 높이거나
짐승을 업신여기지 않는다.
가지 끝, 허공을
천국과 지옥으로 나누지 않는다.
나무가 되기 이전의
형상들
숲을 채우는 온갖
기호들
너와 내가
약속하기 전까지 몰랐던
상징들
말똥이 뒤섞인 지뢰밭에서
시인은 처음 죽은 병사처럼
소모전을 치른다.
죽은 자들만이 장벽을 넘어간다.
아무도 거할 수 없고
누구도 살 수 없는 언어의 신전(神殿)
시인의 나라는 그 숲에
세워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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