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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초의 그늘

자본주의에 대한 담론

by 너머의 새 2015. 9. 7.

 

 

 

자본주의에 대한 담론 /강영은



결핍은 단조로 이루어진 반음계

어디선가 동전 한 개 굴러 떨어진다 땡그랑, 바닥 치는 소리 명료하다 소리의 틈을 뒤져 녹슬고 긁힌 상처를 꺼내고 싶었지만 깨어진 비명을 동전 지갑 속으로 주워 넣는 일, 배춧잎 한 장 시장바구니에 담는 것보다 어렵지 않니? 내 안의 자본주의가 속살거린다

잉여란, 뒤돌아보지 않는 사랑
난, 10원짜리가 아니야, 흰 와이셔츠가 목을 비틀며 외면한다 난 10원짜리에 흥미 없어, 분홍색 하이힐이 콧날을 세우며 지나간다 난 10원짜리를 써 본 적이 없어요, 꽃무늬 시장 가방이 종종 걸음으로 사라진다

생산은 사랑 이전의 온음계

와! 돈이다. 토끼 눈을 가진 유치원 가방이 아무도 눈여겨 보지 않는 쇠붙이를 주워 든다 흙먼지를 터는 애 띤 얼굴이 반짝반짝 빛나는 구리 빛 동전이다. 용광로에서 갓 태어난 모음은 바닥 친 사랑도 환전된 세상도 알지 못하는 순수 자본주의다


소비란 귀가 하지 못한 사랑

어둠이 찌그러진 내 그림자를 셈하는 동안 나는 번번이 버스를 놓치고 만다 귀가하지 못 한 내 10원짜리 저녁, 빌딩 너머 둥글고 환한 동전 한 개 구름을 밀고 간다 하늘의 속셈엔 담론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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