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무르 강가의 멧노랑나비떼 / 강영은
아무르 강가의 멧노랑나비 떼, 은행나무 가지에 매달려 노오랗게 허공을 흔들고 있네
아무르, 아무르, 아무리 불러도 희미한 옛사랑의 그림자는 희미한데 허공을 흔드는 금빛 날개에 내가 왜 흔들리나 어둑어둑 내 몸이 저무는데 아무르 강가의 멧노랑나비 떼, 저무는 나를 왜 뒤집나 뒤집어 황금빛 저녁에 물들게 하나
그렇다면 나, 그것들을 아무르 강가에 내리는 노란 비라 부르겠네 노랗게 질린 빗방울에 입술 대는 저문 강의 노래라 부르겠네 노란 알약처럼 끝없이 쏟아지는 그것들을 현기증 나도록 맞으며 나 잠시, 아무르 강가의 황금빛 시간에 머물렀네
아무르, 아무르, 이국 발음으로 춤추는 은행잎, 무수히 떨어지는 마로니에 공원 의자에 앉아 나 문득, 죽어도 다시 살아난다는 옛 사랑의 그림자, 불멸의 나비 떼 되어 아무르, 아무르, 아무리 불러도 머나먼 아무르 강까지 아득하니 날아갔네
'최초의 그늘' 카테고리의 다른 글
트롬 세탁기에 관한 생각 (0) | 2015.09.23 |
---|---|
凹凸의 방식 (0) | 2015.09.07 |
자본주의에 대한 담론 (0) | 2015.09.07 |
방의 연대기 (0) | 2015.09.07 |
새로운 토템 (0) | 2015.09.07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