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머의 리뷰107 오래 남는 눈 ■ 한겨레 신문[시인의마을] *2008년 9월10일 수요일 오래 남는 눈 / 강영은 뒤꼍이 없었다면, 돌담을 뛰어넘는 사춘기가 없었으리라 콩당콩당 뛰는 가슴을 쓸어안은 채 쪼그리고 앉아 우는 어린 내가 없었으리라 맵찬종아리로 서성이는 그 소리를 붙들어 맬 뒷담이 없었으리라 어린 시누대.. 2015. 9. 10. 진흙 스프* 진흙 스프*/ 강영은 그녀는 그때, 넘실거리는 가스불의 긴 혓바닥을 조절하며 수프 냄비를 휘젓고 있었어요 수프 냄비는 아주 고소하고 맛있는 냄새를 풍기고 있었어요 엄마, 저 수프 좀 봐, 수프가 넘치고 있어요, 발 돋음 한 채 창밖을 바라보던 아이가 소리를 질러요 창 너머 흙의 붉은 .. 2015. 9. 10. 반경환의 명시감상 66 벌레시인/ 강영은 ​ ​ 쓴다와 쓰다 사이, 낫 놓고 기역자도 모르는 밤 골 아저씨의 낫 같은 ㄴ이 있다 그 낫은 길이 잘 든 손을 갖고 있어서 아저씨가 까놓은 알밤들은 울퉁불퉁 반발이 심했지만 맛이 좋았다 잠 안 오는 밤 쓰다와 쓴다 사이, 낫 놓고 니은 자는 더 더욱 모르는 아.. 2015. 9. 10. 시안 [계간리뷰 좋은시] /이혜원(고려대학교 문예창작학과 교수, 문학평론가) 벌레시인/ 강영은 쓴다와 쓰다 사이, 낫 놓고 기역자도 모르는 밤 골 아저씨의 낫 같은 ㄴ이 있다 그 낫은 길이 잘 든 손을 갖고 있어서 아저씨가 까놓은 알밤들은 울퉁불퉁 반발이 심했지만 맛이 좋았다 잠 안 오는 밤 쓰다와 쓴다 사이, 낫 놓고 니은 자는 더 더욱 모르는 아저씨의 낫, 종.. 2015. 9. 10. 무음(無音)의 진실 /신진숙(문학평론가) 무음(無音)의 진실 /신진숙(문학평론가) -강영은 신작시평 사물은 언제나 이미 말을 한다. 그러나 들을 수 없다. 그것은 무음(無音)으로 말한다. 그런 의미에서 사물은 온전히 내재화할 수 없는 타자다. 즉, 사물은 의식의 대상이 아니라 인식할 수 없는 부재, 그것이다. 그렇다면 무음은 무.. 2015. 9. 7. 분열된 존재의 허상과 탈주체화의 시/박남희 그림자연극/강영은 그는, 겨드랑이에 드리워진 그림자를 가지고 연극을 상영한다 오른편 그림자를 아내라 하고 왼편 그림자를 애인이라 부른다 제각각의 몸을 가진 그녀들이 서로 만나거나 겹쳐지는 일은 드물다 그가 품고 있던 생각들, 혹은 잠재적인 형상 속에서도 역할 분담이 필요.. 2015. 9. 7. 양파論/강 수(시인) 양파論/강영은 몇 겹의 비밀로 이루어진 몸이 있다 흙보다 더욱 캄캄한 시간으로 제 안을 감싸는 무덤처럼 겹겹이 덮인 생의 내력으로 지탱되는 몸 지상의 모든 길들 돌아 와 하얀 어둠의 옷 하나 씩 벗을 때마다 더욱 작고 단단해지는 그, 눈부신 부재의 중심에서 나는 더 이상 만져지지 .. 2015. 9. 7. 눈먼 박쥐의 돌진에서 눈부신 부재의 중심으로/ 신주철(강남대 겸임교수) 강영은의 시 11편을 접하고 촌평을 위해 어느 때와는 다른 '고감도의 안테나'(버려진 휴대폰에서)를 세워야 했다. 그러나 애당초부터 불량기가 있던 안테나는 여름 장마에 녹슬어 잇었고, 게다가 엉뚱하게도 가을산의 현란한 발성에 눈길을 빼앗시곤 해서 11편의 작품의 발신음을 해독하.. 2015. 9. 7. 존재의 어두운 강물을 흘러가는 나비 혹은 거지/ 고명수(동원대 교수) 바늘들/강영은 앞산 비탈을 오르는 잎갈나무* 가지 끝 저, 바늘들 바람이 몸통을 지날 때마다 우수수 떨어진다 끊임없이 수액을 퍼 올려 침침한 하늘을 깁기도 했던 그것들 지층 깊은 곳에 뿌리내린 단단한 슬픔을 끌어올려 제 안 어딘가 가늘고 뾰족한 생각의 끝을 만든다 바람이 지날 .. 2015. 9. 7. 몸과 의인법의 지평/전미정(인천대 국문과 초빙교수) 따뜻한 밥상 /강영은 우주의 텃밭에서 길러온 밥알 같은 열매들을 둘러앉히고 따뜻한 밥상 차리는 감나무 좀 봐 내 몸이 밥상이라고 잘 익은 열매 한 알 툭, 던져 주는데 햇살로 지은 고봉밥 한 술, 햇살무침 한 접시, 골고루 담겨있는 한 알의 열매 얼마나 먼 길을 돌아 왔는지 발바닥에 .. 2015. 9. 7. 부서진 침묵의 깊이/ 정공량(시인) 또 다른 계산기/강영은 책상 위 한 쪽 구석에 낡은 주머니 속을 계산해오던 그가 있다 내장을 드러내놓고 숫자 판은 으깨어져 아무리 눌러도 더 이상 아무 것도 셈할 수 없는 그는 한 때 그에게 의탁했던 지폐나 동전의 생을 헤아리는 막강한 힘을 갖고 있었다 영수증으로 증명되어지는 .. 2015. 9. 7. 이전 1 ··· 6 7 8 9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