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녹색비단구렁이

매미 시편

by 너머의 새 2015. 9. 22.

매미 시편/강영은


마루에 누워 시집을 읽다가 행간을 구르는
매미 소리를 듣는다

피를 토하는 어느 명창의 넋이 들어 있는지
박연폭포 한 소절 폭포수로 쏟아내는데
목구멍에 걸린 울음 하나 제대로 읽지 못해
매미시편 붙들고 땀을 흘린다

짧고 굵은 생애의 절창을 위해 매미 중,
북미의 어떤 것은 17년을 땅 속에 파묻혀
몸 속 가락을 고른다는데

내 목구멍은 자음과 모음의 엇박자로
울음소리를 흉내 낼 뿐
매미의 은신처가 되지 못 한다

무엇을 더 비워내야 동안거 하안거 다 지낸
저, 소리의 깊이에 닿을 것인가

매미 빈 몸통에 남아 있는
투명한 바람 소리, 매미 시편의 완결 편을
마음에 쓸어 담는다